제주 용천수 이야기 : 당케산물과 영등물

관리자
발행일 2021-11-09 조회수 460


제주 용천수 이야기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18년부터 용천수 조사를 매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정리하여 용천수 가이드북도 작년까지 3권 발간했습니다. 올해도 용천수 보전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1일은 표선면 지역과 김녕리 지역을 찾았습니다. 갔던 곳 중 표선리 당케산물과 김녕리의 모살밭물, 영등물을 소개합니다.






 


# 사라져버린 표선백사장 당케산물



표선리 해안에도 설문대할망의 전설이 내려온다. 거인 설문대할망이 나무를 베어 9만여평의 표선해수욕장을 하루 밤 사이에 메워버리면서 페션마루(페선마루, 표선니마루)라 불렀다.



[caption id="attachment_18804" align="aligncenter" width="4128"] 당케산물이 있던 자리. 현재는 없어져버렸다.[/caption]
 

표선리 해안은 용천수가 많이 나지 않아서 우물을 파서 식수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마을 중 하나이다. 그러나 우물들은 염분이 섞여 있어 물맛은 짭짤하여 문제가 많았다. 설촌과 함께 나룩질물이라는 산물을 유일한 식수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찾을 수가 없다.



산물이 귀했던 마을에 현재 유일하게 바닷가에서 나는 산물로 보전되는 당캐산물이 있었다.하지만 이날 조사팀은 이 용천수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였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이 산물은 설문대(仙門大) 할망 관련 전설이 전해지는 표선해수욕장이 있는 표선항 북측 해안가에서 솟았었다.



[caption id="attachment_18805" align="aligncenter" width="409"] 옛날 당케산물의 모습(사진:고병련)[/caption]

이 산물 가까이에 ‘당케세명주할망당’이 있다. 이 물을 제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당케포구(일명 당포)라 했던 마을 사람들이 식수와 생활 용도로 사용했었다. 이 마을에서는 설문대할망을 세명주할망 혹은 설맹디할망으로 부른다. 위에 서술한것처럼 표선리해안의 당케 일대는 설문대 할망이 토목공사로 조성한 곳이다. 당캐는 표선항 일대를 말한다.



전설은 이렇다.



“옛날 당케마을 앞 바다는 수심이 너무 깊고 거칠어서 폭풍이 몰아치면 파도가 마을을 덮쳐 모든 것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설문대할망에게 마을앞 바다를 메워달라고 빌었다. 설문대 할망은 마을사람들의 애원을 듣고는 하룻밤 만에 표선앞 바다를 메워 모래밭을 만들었다”



그래서 표선백사장은 도내에서도 가장 넓은 백사장이기도 하다.



표선해수욕장과 관련된 또 다른 이야기도 있다.



“해수욕장이 백사장으로 되기 전에는 깊고 깊은 바다였는데 설문대할망이 소중이(속옷의 제주어) 한번 입어 보지 못하는데 살아서 무엇을 하겠느냐고 하면서 무척 화를 냈다. 그래서 표선면 하천리 달산봉에 있는 집채 만한 나무들을 표선 앞 바다로 쓰러뜨리고 바다에 있는 전복, 소라, 오분작이, 조개껍데기들을 부셔 흰모래로 만든 후 이 모래로 쓰러진 나무를 묻고 백사장을 만들었다”



그래서 영등달(음력 정월 15일부터 이월 15일까지)에 전복, 소라, 오분작이 등이 알맹이는 없고 껍질만 남는데, 이런 것이 백모래로 만든 증표라고 한다.



당케산물은 산물통이라고도 불렀다. 당케산물은 바닷물이 들어오면 잠기는 곳이기 때문에 밀물때는 짠맛이 났다. 그래서 최대한 짠맛을 없애기 위해서 통을 만들어 물을 모아 염분기를 가라앉히고 사용했다고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8806" align="aligncenter" width="4128"] 당케세명주할망당[/caption]

그러나 지난 10월 21일, 조사팀이 현장을 가본 결과, 당케산물은 없어졌고 그 자리에 원담같은 것을 만들어 놓았다. 주민들에게도 확인해 본 결과 예전에 없앴다고 한다. 다만 당케산물로 이름을 짓게된 이유인 당케세명주할망당은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영등물과 모살밭물 : 민간신앙이 담겨있는 용천수



제주도 설화에 등장하는 거인, 설문대할망이 김녕 덩개해안의 두럭산에서 빨래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많은 산물들이 해안가에 용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그중에 민간신앙과 연결된 두 용천수가 있다. 영등물과 모살밭물이다. 모살밭물은 해안가 소롯길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용천수였으나 최근 이곳을 시멘트길로 만들어버려 아쉬움이 남는다. 모살은 모래의 제주어이니 모래밭에 있는 물이라는 뜻이다. 즉, 김녕해안사구에서 솟는 물이다. 이 산물은 득남을 기원하면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미륵 돌을 가운데 모신 영등물당(서문하르방당, 남당하르방당)에서 음식을 장만 할 때 당에서 사용하거나 바다 밭에 물질을 나가는 해녀들이 이용했던 물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807" align="aligncenter" width="4128"] 모살밭물[/caption]

영등물도 이 모살밭물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산물은 영등하르방물로 영등물당에서 제를 지낼 때 제수로 사용했다는 물이다. 이 산물은 용암이 흘러내려 바닷물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현무암 사이에서 용출된다. 영등물당에 왔다가 바닷가에서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산물이다. 이 산물은 당 신앙을 만든 성스러운 물로 음력 2월 영등달에 영등굿이라는 큰 굿판을 벌리고 보름동안 섬 전체를 신명나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밀물 때여서 영등물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caption id="attachment_18808" align="aligncenter" width="4128"] 영등물옆에 있는 영등물당[/caption]




  • 이 내용은 고병련 <섬의 산물>에서 인용했습니다.









Attachments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