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7 제주기후정의행진 '기후가 아니라 제주를 바꾸자!'

jeju
발행일 2024-09-12 조회수 85

지난 9월 7일 제주시청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응을 촉구하는 907 제주기후정의행진이 제주시청 민원실 앞 도로에서 개최되었습니다. 907 기후정의행진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와 국회,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대기업 등에 실질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서울을 포함해 전국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들이 함께하는 행사입니다. 제주지역은 지난 2022년부터 3회째 제주에서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서울로 집중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 데다 비행기를 타고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도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곳이기에 제주지역은 서울과 별도로 행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후가 아니라 기후위기를 방치하고 부추기는 잘못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시민 300여 명이 함께 참여해주셨습니다. 이번 행사는 오후 1시 30분부터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2시부터 3시까지 907 제주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단체들의 부스와 페이스페인팅, 나만의 피켓 만들기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후 3시 행진 전 사전집회를 시작으로 3시 30분부터 행진을 시작하여 4.3트라우마센터 앞에서 다이-인 포퍼먼스를 하고 5시에 제주시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2시부터 국가관할권 이원지역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지속가능이용협약(BBNJ, 이하 해양생물다양성협약)에 대한 비준 촉구 서명 부스를 운영하였습니다. 해양생물다양성협약이란 공해에 대한 보호를 국제법에 명시하고 해양보호구역을 공해상에 설치할 근거를 마련하는 협정입니다. 또한 심해저 채굴 등 이윤추구를 위한 심해저 파괴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협정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1일 해양생물다양성협약에 83번째로 서명하며 공해와 심해저 보호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서명 이후 비준을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정부는 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양생물다양성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는 정부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국회가 나서 정부를 압박해 비준 동의안 제출을 재촉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에 우리 단체도 국회가 나서 정부를 설득해 연내 비준이 통과될 수 있도록 나서달라는 서명운동을 진행한 것입니다. 이에 127명의 시민 여러분께서 서명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공해와 심해저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을 모아주신 시민 여러분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서명지는 국회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907 제주기후정의행진 사전집회에서는 다양한 참가자들이 발언을 통해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더불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또 정부와 국회,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등을 말씀 나눠 주셨습니다. 먼저 발언에 나선 민주노총 제주본부 김경희 사무처장은 기후위기는 약자에게 더 가혹한 불평등을 양산한다며 농민, 노동자, 중소기업 등 피해가 예상되는 도민들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 등 정의로운 전환을 강력하게 촉구했습니다. 

이번 907 제주기후정의행진에는 많은 외국인 여러분도 참여를 해주셨습니다. 한국YMCA전국연맹과 대학YMCA전국연맹이 주최한 제1회 아시아태평양기독청년대회에 참여한 13개국 대학생들이 이번 행진을 찾아주신 건데요. 참가자 중의 한 명인 몽골 대학생 Anujin씨도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몽골의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가 유목민과 목축민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빈곤을 가속하는 것에 더해 인접국의 대기오염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후위기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렸습니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국가이지만 기후위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나라가 몽골이라는 점에서 참 서글프면서도 우리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발언이었습니다.

이어서 발언에 나선 핫핑크돌핀스 황현진 활동가는 기후위기 속에 동물의 죽음은 쉽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과 더불어 수많은 동물이 죽음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동물을 단순히 착취의 대상으로 삼고 종 차별을 하므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동물과의 공존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구좌지회 강순희 회장은 기후위기로 인한 농업 환경 악화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우리 농업을 지키려는 농민들의 노력을 피력하며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산업화한 농업이 아니라 소농 중심의 제대로 된 농업정책을 세워 농민을 지켜야 식량안보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알렸습니다.

끝으로 발언에 나선 제주청소년기후평화행동의 행동팀 위수연 학생은 과잉관광과 무분별한 개발로 제주도의 환경부하가 심각하다며, 무분별한 개발 대신 제주가 회복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보호하고 모두가 평등한 삶을 일궈야 한다는 점을 호소했습니다. 청소년의 발언은 늘 무게가 있습니다. 생애 전 주기에 걸쳐 기후위기를 겪어야 하는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발언 내내 이 무게를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들도 느끼고 행동하기를 바랐습니다.

발언이 끝나고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습니다. 907 제주기후행진을 하는 이유가 선언문에 잘 녹아 있습니다.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 등 다양한 시민과 아동, 청소년, 청년, 노인 등 다양한 세대가 다가올 미래를 적극적으로 바꾸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함께 섰다고 시작하는 선언문은 우리의 행진은 지구를 더욱 뜨겁게 만드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행동이자 기후위기로 인한 재앙이 가장 먼저 닥치는 제주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다짐임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제주라는 섬이 가진 생태적 한계, 기후위기로 인한 위협, 농민과 노동자가 위협받는 현실, 생태계 변화로 멸종되는 생물들에 대한 문제를 고루 짚었습니다. 특히 윤석열 정부와 오영훈 제주도정의 기후위기 정책의 안일함과 후퇴를 짚으며 우리가 해야할 일은 결국 정치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러면서 행진을 위한 일곱 가지 구호를 거명하며, 우리에게 닥쳐올 암울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행진하고 행동하고 연대하자고 선언문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행진의 구호는 우리가 당장 바꿔내야 할 제주지역의 시급한 기후위기 현안들입니다. 제2공항 백지화, 해양보호구역 확대, 기후위기 시대 농업보호와 식량주권 확보, 공장식 축산의 정의로운 전환, 버스완정공영제의 실시, 에너지 과소비하는 관광자본의 규제, 제주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전면 수정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1시간 30분가량 행진하는 동안 참가자들은 일곱 가지의 문제를 구호로 외치며 제주의 기후위기를 촉발하는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또 요구했습니다. 지나시는 시민분들의 응원도 있었고, 격려도 있었습니다. 행진에 따른 다소간의 불편이 있었으나 이를 양해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동에 지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행진의 막바지에 다다라서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도 진행했습니다. 사이렌 소리와 함께 도로 위에 쓰러지는 퍼포먼스로 기후위기로 인류 문명을 포함한 지구 생태계가 멸망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입니다. 참가자들은 이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깐요. 우리가 왜 비에 젖은 도로 위에 누워 기후위기에 저항해야만 하는가? 책임이 있는 국가들,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고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등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습니다.

행진이 끝나고 행진 참여자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서렸습니다. 이 행진에서 아마도 절망이 아닌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일 겁니다. 함께하는 동료시민이있고 연대자가 있다는 것. 나의 불안이 나의 공포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공통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모여서 외치고 행동함으로써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 우리는 이 모든 것에서 미래의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오늘의 행동이 미래를 바꾼다는 희망!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오늘 참여해주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동료시민 여러분, 시민사회 활동가 여러분, 자랑스러운 회원여러분, 농민, 노동자, 자영업자 등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번 행진을 조직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주신 907 제주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에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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