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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정비 토론회 발제문(양수남-도내 하천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과제)

<제주형 하천정비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발제문(2021.8.11.)

 

하천정비 실태조사를 통해 본

도내 하천정비사업의 문제점과 과제

 

– 양수남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국장

 

. 평가 절하돼온 제주 하천의 생태 환경적 가치

  1. 하천은 제주도의 핵심 녹지축이며 도시의 친수 공간

인류 문명은 강(하천)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한반도도 그렇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와는 좀 다르다. 하천 보다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그래서 제주도의 마을분포는 해안가를 중심으로 제주도의 모양을 따라 타원형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제주도의 하천이 육지부와 달리 143개의 하천이 대부분 건천이기 때문이다. 이 중 일부 하천의 하류 또는 중상류에서 일정구간을 흐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물이 하천 전 구간에서 흐르는 경우가 한곳도 없다. 실제로 제주도민들의 식수원은 육지부처럼 강에서 지표수를 얻는 것이 아닌 식수의 98%를 용천수를 포함한 지하수에서 얻고 있다.

그렇다고 제주의 하천의 가치가 육지부의 하천보다 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제주도의 하천은 육지부의 하천과는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더욱 보전의 필요성이 높은 곳이다. 바로 화산섬으로 이뤄진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육지부의 하천과는 지질적,생태적,경관적 특징이 전혀 다르다.

제주의 하천은 제주도의 혈관이며 회색의 도심을 녹지축으로 채우고 있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는 자연자원이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북방향으로 수많은 혈관처럼 뻗어있는 제주의 하천은 한라산 고지대와 중산간지대의 풍부한 영양분을 바다까지 이동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혈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양분뿐 아니라 조류 등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하천이 있는 지역은 긴 녹색 띠를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녹색 띠는 하천변에 형성된 숲이다. 즉, 하천의 물과 영양분이 울창한 숲을 만든 것이다.

제주의 하천은 도내 핵심 생태축이다(천미천-강정효)

해발고도에 따라 하천의 양쪽 기슭에는 울창한 상록활엽수림과 낙엽활엽수림, 침엽수림이 형성되어 있다. 건천이지만 우기 때마다 내리는 빗물과 위에서 내려오는 영양물질로 인해 하천 기슭에는 상록활엽수를 포함한 식물생태계가 번성하고 있다. 이 식물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물이 자리를 잡으면서 제주도 하천변 고유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 하천변의 숲은 하천의 종착역인 바다에서부터 하천의 발원지까지 해발고도에 따른 식생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살아있는 숲 교과서’이다. 왜냐하면 현재 하천을 제외하고 숲이든 초지이든 제주 대부분의 생태계는 도로, 건물, 골프장 등 시설물에 의해 단절되고 훼손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해발 고도별로 숲의 분포가 정확히 이어지는 곳을 볼 수 있는 곳은 하천변 숲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심 내 하류 지역의 복개된 하천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하천 자체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하천변의 숲은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녹지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심내의 하천은 특히 그렇다. 도심화되어 콘크리트화 되어 있는 지역도 하천이 있는 곳은 하천변 숲이 있어 그나마 생물서식처로서도, 사람들의 휴식처로도 이용되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에 폭염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하천변의 숲은 도시의 온도를 낮추고 도시민들이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녹지축이라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

  1. 제주 하천의 는 하천과 주변 생태계의 오아시스

하천변의 숲과 함께 제주도 하천의 중요한 특징은 암반 위에 소(沼)가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니다. 수서곤충, 양서파충류, 어류가 사는 생태적 공간이며 이들을 먹으러 새들이 날아오며 노루,오소리,족제비같은 야생동물이 목을 축이러 오는 오아시스와 같은 중요한 내륙습지이다. 특히, 제주의 하천에 다양한 어류가 사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제주의 하천에는 버들치, 쌀미꾸리, 미꾸라지, 미꾸리, 잉어, 붕어, 참붕어, 드렁허리 등 9종이나 되는 순수 담수어류가 하천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은어나 숭어같이 하구의 기수역에 사는 어류를 포함하면 이보다도 훨씬 종류는 더 많다.

몇 년 전에는 효돈천에서 민물해파리가 발견되기도 하여 제주도 하천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얼마나 무궁무진한지를 엿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제주 하천 생태계에 대한 정밀 학술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소’는 단순한 물웅덩이가 아닌 각종 생물이 살아가는 하천과 주변 생태계의 오아시스이며 제주의 중요한 내륙습지이다.

 

  1. 멸종위기종이 서식하는 제주의 하천

특히, 국가적으로 보호하는 멸종위기종이 있다면 더 중요하게 정밀조사가 필요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생물 2급인 기수갈고둥은 제주도 일부 하천의 하류에서 아주 희소하게 발견되고 있는 종이다.

제주대학교가 2015년 전도 해안에 걸쳐 기수갈고둥 분포를 조사한 결과 옹포천 하류 해안을 포함하여 외도동 도근천, 외도동 외도천 하류, 외도동 연대 해안, 하귀 1리 해안, 화순 창고천 하류, 서귀동 연외천(천지연) 하류, 화북동 화북천 하류, 강정 솔목천 하류 총 9곳에서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019년에 옹포천 하류에서 2015년 조사보다 훨씬 더 많은 300개체 이상을 발견됨으로써 가장 많은 개체수를 기록했던 화북천보다 많은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최근 조사에서도 그 개체수가 더 많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옹포천 하류는 하천정비로 훼손되었던 것을 생태복원한 곳으로서 하천복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1. 용천수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제주의 하천

제주도의 하천은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 대부분이지만 용천수가 일정 구간에서 나와 흐르는 하천이 꽤 많다. 육지와는 다른 제주하천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제주에는 원래 1000개 이상의 용천수가 분포했으나 각종 개발로 인해 현재는 700개도 남지 않았다. 제주연구원에서 작년에 용천수 전수 조사한 바에 의하면 공식적으로는 656개 용천수가 남아있다고 발표했다.

이 중 90% 이상이 조간대를 포함한 해안 저지대에 밀집되어 있다. 나머지는 중산간 지대와 한라산 국립공원 안에 분포해있다. 이 중에 하천에서 용출하는 용천수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중상류 지역에서 용출하는 용천수들은 일정 구간을 흐르다 다시 하천 안으로 스며들어 버린다. 열안지물, 동새미물, 천아계곡물, Y계곡물, 돈네코물, 동새미,장수물 등이 하천의 중상류에서 용출하는 용천수들이다.

하류지역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도내에 물이 흐르는 10개 내외의 유수 하천은 대부분 하류지역에서 용출한 용천수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정방폭포는 동홍천의 하류에서, 천지연폭포는 연외천의 하류에서 용출한 용천수에 의해 이뤄졌다. 요즘 카약체험으로 유명한 효돈천도 하류의 용천수가 나와서 유수하천이 되었다. 산지천, 외도천, 도근천, 옹포천, 강정천, 악근천도 하류에서 용출한 용천수에 의해 유수하천이 되었다.

물이 흐르는 유수하천을 형성하지는 못했으나 조금씩 나오는 용천수로 인해 큰 소를 형성한 하천도 있다. 한천 하류의 동산물(종합경기장 아래 부근), 화북천 중류의 올리소물 등은 빗물이 고인 소로 착각하지만 이들도 엄연히 용천수가 나오는 소이다. 이외에도 세세하게 나열하지는 못하나 이보다 훨씬 많은 용천수가 하천 안에서 솟고 있는 것은 제주도 하천의 중요한 특징이고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이다.

  1. 제주인의 이야기와 역사를 담은 그릇, 제주의 하천

제주인들은 수많은 지형과 자연물에 수많은 이름을 붙여놓았다. 바닷가에도 오름에도 언덕에도 수많은 지명과 전설이 내려온다. 제주의 하천도 마찬가지이다. 큰 기암괴석과 소마다 이름과 전설을 붙여놓았다. 이 중 제주시내 도심을 흐르는 한천의 사례만 들어봐도 그렇다.

한천 구간 중 KBS제주총국 부근,그러니까 오등봉공원 옆에 있는 한천은 대규모의 소와 기암괴석이 분포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저마다의 이름과 애틋한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한천은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발원하여 제주 시내를 관통하고 있다. 제주시민들은 한천에서 식수를 구하거나 멱을 감고 물놀이를 하는 등 밀접한 연관을 맺어왔다.

* 설문대 할망의 이야기가 담긴 ‘족감석’

족감석은 오등봉공원이 시작되는 고지교 바로 아래에 있는 큰 바위이다. 제주의 창조 여신인 설문대 할망이 머리에 쓰고 다니던 족두리라고 전해지는 바위다. 설문대 할망이 마을 사람들에게 비단 100동으로 소중의(겉옷 안에 입는 내의)를 만들어주면 제주 바다에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제주-목포)를 놓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을 사람들이 부지런히 옷을 만들던 중에 비단이 부족 하자 아무래도 옷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설문대 할망이 실망하여 급히 자리를 뜰 때 이곳에 쓰고 있던 족두리를 남겨두고 갔다고 하여 ‘설문대 할망 족도리바위’라 불리고 있다.

이곳 주민들도 아이가 넋이 나면 어머니는 설문대 할망 족두리석 앞에서 치성을 드렸다고 한다. 그러면 아팠던 아이가 금세 나아서 뛰어놀았다고도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주민들이 이 바위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 수 있는 실화가 있다. 2007년 태풍 나리 때 족감석이 20미터가량 밑으로 떠내려갔던 적이 있었다. 그러자 주민들이 2008년에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놓았다고 한다.

* 달 밝은 밤에, 빨랫방망이 소리가 들린다는 ‘항소’

KBS 제주총국 위의 고지교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특이한 소를 만나게 된다. 폭은 좁지만 깊은 형태의 소이다. 항소는 항아리처럼 생겨서 물이 깊게 고여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졌다. 항소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어느 욕심 많은 흥정바치(장사하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가 마음에 든 소(牛)를 발견하고 그 소를 따라 한라산 마을 목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그사이에 흥정바치의 고운 아내는 항소에서 혼자 빨래를 하다 빨랫방망이를 놓친다. 이를 건지려고 항소에 들어갔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그 이후, 달 밝은 밤이 되면 흥정바치의 고운 아내가 항소에서 빨래하는 방망이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 애개의 슬픈 전설이 담긴 ‘애개소’

애개소도 항소처럼 슬픈 전설이 담긴 소이다. 옛날 제주목에 애개라는 기생과 신관 목사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정의 부름을 받은 목사가 조만간 애개를 곁에 부르겠노라고 철석같이 약조하고 한양으로 떠났으나 목사는 변심하였는지 애개를 잊어버렸다. 홀로 남은 애개는 기약 없는 기다림과 그리움에 지쳐 둘만의 추억이 서린 이곳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런 연유라 애개소라 부르다가 애기소로 불리고 있다.

* 판관이 시 한 수 읊었다는 ‘판관소’

이곳은 옛날 무더운 여름에 한천 숲길을 따라 방선문으로 향하던 판관 일행이 목을 축이고 판관 바위 아래서 시 한 수를 읊었다고 전해진다.

. 하천정비 조사를 통해서 본 최근 제주의 하천 정비문제

  1. 국내 및 제주도 하천 사업의 변천과정

국내 하천은 1960년~7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기 전에는 대부분 자연하천 그대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심화되면서 도심내의 하천을 중심으로 치수 위주의 ‘방재 하천’사업이 시작되었다. 또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하천의 일부를 점용하여 타 용도로 전용하거나 복개하는 등의 ‘점용하천’이 늘어났다.

제주시의 3대 하천도 마찬가지이다. 병문천, 한천, 산지천이 모두 복개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복개된 하천은 제주시내 하천뿐이 아니다. 도심 외곽의 하천뿐만 아니라 소하천의 경우도 복개된 하천도 여럿 있다. 하지만 이제는 복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뜯어내고 있는 형국이니 너무나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이후 대도시 하천을 중심으로 훼손된 하천의 친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해 하천의 홍수터에 공원을 조성하는 ‘공원하천 사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는 하천의 친환경성보다는 이용객들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었다. 결국 또 이로 인해 하천이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990년대 중반부터 하천의 생태기능 회목을 목표로 한 자연형 하천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제주의 하천관리사업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제주도는 현재까지도 ‘방재 하천’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복개 등의 점용하천은 줄어들었고 오히려 복개한 것을 뜯어내는 상황이 도래했다. 하천복원사업은 솜반천, 옹포천 등이 있기는 하지만 하천정비사업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즉, 제주도당국은 여전히 오래전, 방재 하천 사업을 고집하고 있고 토건중심의 사업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제주하천의 생태적․역사 문화적 가치, 자연재해 예방의 가치는 하천정비사업으로 인해 무참하다고 할 정도로 파괴되어 왔다. 그것도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행정당국에 의해 파괴되어 왔다. 소가 있는 곳은 하상(하천의 바닥)정비를 하면서 없애버렸고 양안의 울창한 숲은 제방건설로 인해 사라졌다.

어쩌면 제주의 하천정비는 그동안 개발의 성역이었다고 할 정도로 지난 수십 년간 아무런 걸림돌 없이 공사가 진행되어왔다. 그것은 홍수피해 방지라는 명분을 앞에다 내걸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하천정비로 인해 홍수피해가 적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없었다. 오히려 하천정비로도 모자라 저류지 건설은 200개를 넘어섰고 하천정비는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하천정비와 홍수피해 저감의 연관관계가 정확히 파악되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하천정비사업은 그야말로 묻지 마 개발이었고 일사천리로 개발 사업이 이뤄져 온 것이다.

제주도 당국은 하천정비 공사로 하천의 원형이 훼손되는 것이 논란이 되자 2005년 8월에 ‘자연 친화적 하천정비사업 추진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 방침의 내용에는 1) 자연 친화적인 하천정비로 전환 2) 생태계․경관 훼손 최소화 3) 하천정비계획 수립 시, 지역 특성을 살리고 설계 시 전문가와 지역주민 의견수렴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15년이 넘은 지금, 이 지침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사실상, 말만 남은 자연 친화적 하천정비 방침인 셈이다. 행정당국에서는 이 방침 발표이후 예전처럼 하상(河床, 하천의 바닥)을 건드리지 않는다고는 한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해 본 결과, 일부 하천에서는 석축을 쌓기 위해서는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공사 과정에서 제주 하천의 하상도 훼손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현재 제주도 하천정비 공사 방식 중에서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옹벽 및 석축 건설은 오히려 유속을 증가시키고 세굴(주로 물 흐름이나 파랑에 의해 해안, 하상, 제방, 해저 또는 전환수로의 바닥이 침식되는 현상) 시에 급격히 붕괴하여 안전사고의 위험도 있다. 또한, 공사 과정에서 소(沼)와 기암괴석을 훼손하고 하천에 사는 수많은 생물의 이동 통로를 차단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현재 하천정비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수해’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수백, 수십만 년간 제주의 하천은 수많은 홍수를 감당하면서 그에 적응해왔다. 그 굴곡진 시간이 지금 제주 하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만든 것이다.

  1. 최근 제주도 하천 정비사업 현황

행정당국에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최근 5년간 도내에 총 30개의 하천정비사업이 진행 중이고 총 공사 길이는 70km가 넘는다. 총공사비는 339,214백만 원으로서 3천3백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지난 5년간의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받았으나 조사하면서 추가로 나온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 제주시, 최근 5년간 진행 중인 하천정비사업

구분 하천변 위치 내용 기간 총사업비

(백만 원)

16개 하천 21.1km 126,382
소계 11개 하천 13.37km 104,869
지방하천 천미천

(구좌지구)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605 ~ 구좌읍 송당리 산260 호안정비 L=3.98km 2017~2022 16,590
옹포천 제주시 한림읍 명월리 441 ~ 금악리 981 호안정비 L=2.5km 2018~2022 10,863
이호천 제주시 노형동 일원 호안정비 L=3.0km 2020~2023 15,774
한림천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 2874-1번지 일원 호안정비 L=2.1km 2020~2023 5,599
광령천 제주시 외도2동 월대교 하류 호안정비 L=376m 2021~2022 300
흘천 제주시 도두2동 1055번지 일원 교량가설 1개소 2021 750
산지천 제주시 이도1동 1333-4 ~ 일도1동 1478-2번지 일원 환경개선

사업 1식

2021~2022 500
금성천 제주시 애월읍 금성리 888-8번지 일원 우수저류지 시설 1개소 2018~2021 21,034
한천 제주시 용담1동 2581-4번지 일원 복개철거 1식 2020~2023 30,000
한천 오라이동 1222번지 일원 하천정비

L=710m

2020~2021 1,794
문수천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47-2 ~명월리 615 제방,교량

L=700m

1,665
소계 5개 하천 7.73km 21,513
소하천 박하운내 제주시 오라2동 414~481번지 일원 하천정비 L=0.83km 2019~2021 2,968
죽성내지류1 제주시 오등동 356~409-2번지 일원 하천정비 L=0.72km 2019~2021 2,500
병문천지류2

사메기내

제주시 오등동 1880-28~1360번지 일원 하천정비 L=2.71km 2019~2022 7,792
제주시 외도1동 2553~209번지 일원 하천정비 L=1.72km 2020~2022 5,214
거제비내 애월읍 상귀리 870-1~658번지 일원 하천정비 L=250m 2021 1,000
물보린내 애월읍 광령리 산170-15 ~ 고성리 717번지 일원 하천정비 L=1.5km 2021~2023 2,039

 

󰏚 서귀포시, 최근 5년간 진행 중인 하천정비사업

구분 하천명 위치 내용 기간 총사업비

(백만 원)

14개 하천 48.96km 212,832
소계 5개 하천 27.72km 128,715
지방하천 동홍천 서귀포시 1145-6번지 일원, 동홍동 중앙교 하류~동홍동 서신교 일원 하천정비

L=0.62km

2017~2023 39,759
천미천

(표선지구)

서귀포시 표선면 1651번지 ~ 성산읍 신천리 948번지 하천정비

L=8.0km

2017~2023 26,538
의귀천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 1077-2 ~ 수망리 1098 하천정비

L=9.0km

2017~2022 16,526
서중천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1240번지 ~ 남원리 57-1 하천정비

L=2.4km

2018~2022 28,928
가시천 표선면 세화리 가시2교! 가시리 가마교 일원 하천정비

L=7.7km

2019~2023 16,964
소계 9개 하천 21.24km 84,117
소하천 골세천 서귀포시 강정동 4579-1번지~4969-1번지 일원 하천정비

L=2.3km

2016~계속 14,870
신난천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223-2~신산리 1979-3번지 일원 하천정비

L=2.01km

2016~2021 7,127
선내골내 서귀포시 토평동 1680-1~136번지 일원 하천정비

L=0.66km

2016~2021 3,932
산지물 서귀포시 동홍동 1596~1722-1번지 일원 하천정비

L=0.9km

2018~2021 6,636
동골세천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2849-23~ 위미리 4193번지 일원 하천정비

L=3.23km

2016~2022 9,798
생목골내 서귀포시 호근동 2142-5번지 ~ 호근동 1628번지 일원 하천정비

L=2.63km

2019~2024 14,311
퐁낭굴천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508-3 ~ 태흥리 318-6번지 일원 하천정비

L=7.86km

2020~2024 19,374
대동천 서귀포시 상예동 3645번지~4991번지 일원 하천정비

L=0.66km

2020~2024 3,790
정의논깍 서귀포시 강정동 5297번지 ~ 4949-1번지 일원 하천정비

L=0.99km

2020~2024 4,279

정비 사업이 계획 중이거나 공사 중인 하천을 대략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 제방 건설 위주의 사업이었다. 소하천의 경우 하천의 폭을 넓히는 사업이 주를 이뤘다. 행정당국에서는 하상 정비 공사는 안한다고 하지만 한천 정비 공사처럼 하천 안에서 부득이하게 공사를 해야 할 경우가 생겨서 중장비가 들어가게 된다.

포클레인이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덤프트럭으로 성토를 하게 되는데 나중에 복원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복원은 어렵고 훼손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소가 있는 하천의 경우 공사과정에서 생물상이 절멸할 수밖에 없다. 서중천의 경우가 그랬다.

최근 정비 사업이 거의 완료된 서중천은 양안에 제방사업을 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지만 현장을 조사해 본 결과, 공사 진행 과정에서 양안뿐만 아니라 하상까지 훼손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양안의 제방 공사 과정에서 대형 중장비가 하천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하천 안의 소(沼)와 기암괴석들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1. 구체적 사례로 본 도내 하천 정비 사업 실태

이제부터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조사한 내용 중 몇가지 사례를 통해 제주 하천정비의 실태를 엿보고자 한다.

1) 천미천 정비사업

천미천은 큰 줄기인 본류 이외에도 작은 줄기인 지류가 상당히 많은 하천이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마치 사람의 손금 모양이나 나뭇가지 모양을 닮았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모양의 천미천은 큰 물줄기를 이루는 본류로 이어지기까지 60여 개의 지류와 합류한다. 그래서 김정호는 1861년 ‘대동여지도’에서 제주도를 그렸을 때도 하천 중, 천미천을 줄기가 가장 길고 복잡한 하천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그만큼 천미천은 도내 하천 중에서 가장 길면서도 변화무쌍한 형태를 갖고 있다. 더군다나 하천 안에 담긴 내용은 더 풍부하다. 천미천만큼 소가 많은 하천이 있을까싶을 정도로 소가 많으며 규모 또한 매우 크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이 강수량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뱀처럼 구불구불한 사행천의 형태를 띠며 중산간-하류지역의 평지에 길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지형이 평탄한 지역에 구불구불하게 흐르고 있어서 물이 고일 수 있는 좋은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다른 하천보다 소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형태인 것이다.

이처럼 작은 지류들이 합쳐지면서 매우 큰 넓이의 하천을 이루게 되었다. 천미천을 하류부터 상류로 나눈다면 하류는 바닷가에서 성읍2리 마을 입구까지이고 중류는 성읍2리~교래 사거리의 돔배오름 일대이고 상류는 돔배오름에서 해발 1,100m 일대 발원지까지이다. 그런데 상류, 중류, 하류가 공사 중이거나 공사 준비 중이다.

# 상-중-하류가 정비사업에 모두 포함된 천미천

제주시 권역에 포함된 천미천 구좌지구(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605~송당리 산260, 공사구간 5.7.km)는 현재 공사가 절반 가까이에 이르렀고 서귀포시 권역에 포함된 천미천 표선지구(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1651번지~성산읍 신천리 948번지. 공사구간 : 8km)는 토지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두 공사의 예상 사업비만 4백억 원(43,128백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 이미 하류는 1990년대 초부터 정비 사업이 이뤄졌고 또다시 최근에도 제방 공사를 중심으로 한 하천정비사업(천미천 표선지구)이 추진되고 있다. 중류도 마찬가지이다. 중류는 제주시 권역으로서 천미천 구좌지구라는 이름으로 송당리 비치미오름 일대에서 교래리 사무소 일대까지 현재 정비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니까 하류와 중류 일대 모두가 공사 중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721~교래리 제4교래교’2.8km의 천미천 정비계획이 포함된 제주시 지방하천 하천 기본계획 수립 전략 환경영향평가도 통과되었다. 이 구간은 돔배오름을 포함한 구간으로서 돔배오름을 기준으로 위아래가 정비계획에 포함된 것이다. 즉, 이 구간은 천미천의 상류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현재 천미천의 상류부터 중류, 하류 가릴 것 없이 모두 하천 정비구간에 포함된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천미천 구좌지구(제주시 권역) 정비 사업 개요

하천명 위치 내용 기간 총사업비 진행
천미천

(구좌지구)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605 ~ 구좌읍 송당리 산260 호안정비 L=3.98km 2017~2022 16,590백만 원 공사 중

 

* 천미천 표선지구(서귀포시 권역) 정비 사업 개요

하천명 위치 내용 기간 총사업비 진행
천미천

(표선지구)

서귀포시 성산읍, 표선면 일원 하천정비

L=8.0km

2017~2023 26,538백만 원 토지보상협의

# 사업계획에 대한 타당성 문제

제주시 당국에서 추진하는 천미천 구좌지구의 경우 천미천의 중류에 해당한다. 그런데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사업계획 구간을 모두 조사해 본 결과, 하천 주변이 숲이거나 목장지대였다. 하천정비의 이유가 침수피해 예방이라면, 피해가 있는 지역이 가옥이 있거나 농지가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

농지가 있다 하더라도 필지가 많지 않았다. 이 정도의 농지라면 침수피해가 나는 농지를 매입하는 정도로 해도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양안의 상록활엽수림을 훼손하면서까지 제방을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 천미천 구좌지구 정비사업 주변 지역의 타운하우스 건설

천미천 구좌지구 계획 중 ‘우안 5지구’는 천미천 내에서도 가장 큰 소(沼)를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물이 많은 곳이고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은 성읍 저수지의 상류로서, 천미천 전체로 보면 중류에 해당하는 곳이다. 경관이 아름다워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현장을 조사해보니 하천정비 대상으로서 선정한 필요성이 매우 낮아 보였다. 특히 하천정비구역이라고 하면 침수구역이라는 뜻인데, 정비구역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타운하우스 허가가 나서 13개 동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습 침수 지역이어서 제방을 건설하는 하천정비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 바로 옆으로 개발사업 허가를 내줄 수 있는 건지 앞뒤가 안 맞는 행정이다. 더 나아가 이는 천미천 정비사업의 타당성 그 자체를 흔들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 감사위원회에 성과감사를 청구한 상태이다.

물론, 동부지역의 거의 유일한 하천이라고 할 수 있는 천미천은 우기 때 빗물을 집중적으로 받아들이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성읍민속마을, 신천리, 신풍리, 하천리 등의 하류 지역 마을들은 큰비가 올 때 침수피해를 겪었던 곳들이다. 그래서 일찍부터 침수피해 방지를 위한 사업을 했었다. 이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주민들의 인명보호와 재산피해를 막는 일은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하는 책무이기 때문이다.

# 30년간 공사 중인 천미천 표선지구

천미천 표선지구는 1990년대 초반부터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 하상이 정비되었고 제방도 꽤 높이 쌓여 있는 구간이다. 더군다나 천미천 표선지구에서 상류 방향으로 2km도 안 되는 거리에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인 성읍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성읍저수지는 농업용수 저장의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천미천 일대의 홍수피해 방지 목적도 있다. 그런데 이도 모자라 최근에 성읍저수지 앞에 또다시 대형 저류지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즉, 일정 장소에 집중적인 홍수피해 방지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없이 개별적이고 산발적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예산 중복과 과도한 예산 낭비 사용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천미천 정비공사가 이미 이뤄진 천미천 표선지구에서 상류 쪽으로 불과 2km도 안 되는 거리에 도내 최대 규모인 성읍 저수지가 만들어졌다. 성읍 저수지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615억 원이 투입돼 물 125만t을 저장할 수 있는 제주 최대 규모로 건설됐다. 천미천의 중류인 성읍리 지역 임야와 농경지 28만㎡를 개발해 만들었다.

성읍 저수지는 농업용수 저장의 목적이 있기도 하지만 천미천 일대의 홍수피해 방지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로도 모자라 성읍 저수지 앞에 또다시 저류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하천정비나 대형 저수지 건설이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종합적인 천미천 치수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구간을 쪼개 개별적이고 산별적으로 진행되면서 중복성 예산, 낭비성 예산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예산이 투입된 데 비해 천미천 정비 명분은 미흡하고 이를 뒷받침해 줄 근거자료도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기존 하천정비로 인한 침수피해 방지 효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나왔어야 하며 이 평가를 토대로 하천정비 계획이 시행되는 것이 순리이다.

이처럼, 천미천 표선지구 정비 사업은 하천의 원형 훼손뿐 아니라 사업비 대비 효율성에도 큰 문제가 있다. 종합적이고 정확한 침수피해 예방 자료를 토대로 하지 않고 중복성 예산 투입 등 투입 대비 효과가 매우 불투명한 사업임에도 계속된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 개별적, 산발적 계획에 의한 중복성 예산, 낭비성 예산 투입

천미천 표선지구의 경우 이미 오래전에 하상 정비, 제방 건설이 이뤄진 곳인데 또다시 이곳을 넓히고 제방을 쌓는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천미천 정비 사업만이 아니다. 농업용수 저장도 있지만, 천미천 일대의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만든, 도내에서 가장 큰 성읍 저수지까지 만들어졌지만 이로도 모자라 최근에 대형저류지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하천은 긴 선형이기 때문에 침수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일정 구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전체적인 선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테면 중류에 제방을 높이 만들었을 경우, 물이 몰려 하류에서는 더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천미천 정비 사업은 구간 구간을 수없이 쪼개어 제방을 건설하거나 교량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왔다. 게다가 성읍 저수지와 대형 저류지를 만들면서까지 침수피해 방지사업을 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 전체사업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없었다. 지난 시기, 천미천 정비사업의 효과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공사가 계획되어야 했지만, 구간을 쪼개어 공사를 하는 데만 급급해 온 것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서귀포시에서 보내온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도 20회 이상의 천미천 표선지구(서귀포시 권역) 하천정비사업을 진행해왔다. 공사 길이로만 따지면 10km가 넘는다.

공사비만 해도 214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천미천 표선지구 정비 사업은 정비구간 8km에 공사비가 260여억 원이다. 지난 20년 동안의 하천정비사업보다 더 많은 공사비가 투입되는 것이다.

한해 또는 격년 간격으로 쉬지 않고 하천정비공사가 진행되어온 것은 이곳이 다른 곳에 비해 침수피해가 좀 더 있었다고 하더라도 과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20회 이상의 정비공사가 진행되면서도 하천정비 효과에 대한 분석은 없었다. 즉, 침수피해 방지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20회 이상 200여 억 원이 예산이 투입되었다.

더욱이 최근에 또다시 20년 동안의 공사비를 뛰어넘는 대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위 자료가 천미천 표선지구만 해당되는 것이므로 천미천 구좌지구를 포함한다면 이보다 훨씬 공사비가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천미천 정비 사업에 대한 중복성 예산, 낭비성 예산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소한 기존의 하천정비사업으로 인한 침수피해 방지 효과에 대한 평가가 먼저 나왔어야 한다. 이 하천정비 효과를 토대로 하천정비 계획이 시행되는 것이 순리이지만 별 문제의식 없이 하천정비를 한 곳에 또다시 예산을 투입하며 하천을 망가뜨리는 악순환은 이제 끝내야 한다.

또한 공사의 명분인 홍수 피해 방지를 정밀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권역 따로 따로 정비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닌 천미천 전 구간을 대상으로 한 종합적인 홍수 피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천미천의 수려한 경관과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을 전제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해외 선진국뿐만 아니라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당국에서도 최근 전국 하천의 생태복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므로 제주도도 그동안 하천을 토건사업의 대상으로 삼던 것에서 전환하여 새로운 하천 관리 비전을 수립해야 할 때다. 이번 천미천 표선지구는 그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서귀포시당국은 현재 진행되는 천미천 표선지구의 토지보상이 끝나는 대로 공사를 바로 시작할 것이 아니라 천미천을 보전하면서도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2) 한천 정비사업과 의귀천 정비사업

(1) 한천 정비사업

한천(漢川)은 이름 그대로 무수천과 더불어 산북 지역에서 가장 큰 하천으로서 옛 지도에도 대천(大川)이라 표기되어 있다.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서 발원하여 제주 시내를 관통하는 하천으로서 크면서도 경관과 생태계가 훌륭한 하천이다. 현재 정비공사 현장에서 남쪽으로 거슬러 올라간 오등동 마을 남쪽에는 경승지로 유명한 방선문이 있다.

제주시는 오라동사무소 부근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현대자동차 대리점까지 길이 약 400m가량의 구간의 한천에서 정비 사업을 작년 여름부터 올해 4월까지 진행하였다(한천 오라 지구 지방하천 정비사업-한천 고호우안 1지구).

하지만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하천 양쪽에 석축을 쌓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한천 고유의 모습이 훼손되었다. 이 구간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천은 하천정비 기본계획에 의해서 공사구간을 쪼개기를 하는 정비공사 방식을 하면서 원형이 많이 훼손됐다.

위 정비현장에서 상류방향인 남쪽으로 500m만 올라가도 기암괴석과 물이 풍부한 소(沼)들이 곳곳에 있고 하천변에 울창한 상록활엽수림이 형성되어 있는 한천의 모습이 남아있다. 그런데 한라산에서부터 발원하여 이곳으로까지 이어져 오던 한천의 아름다운 경관이 하류 부근에 이르러서는 하천정비사업에 의해 상실되어 버리는 것이다.

제주시당국에 확인해본 결과, 이곳 오라지구 정비사업 하류에서도 정비 계획이 있었다. 아직 공사계획은 세워지지 않았지만 종합경기장 아래쪽 동산교 아래에 있는 한천구간도 하천정비 기본계획에 포함된 상태이다. 제주시 당국은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예산만 확보되면 이곳 하천정비공사도 세워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이곳이 ‘동산물’이라는 큰 용천수가 나는 곳이라는 점이다. 언뜻 보면 큰 소(沼)로 보이지만 사시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용천수가 솟아올라 생긴 소이다. 이 용천수는 옛날 도민들이 성안(제주 성내)으로 오고 갈 때 쉬면서 목을 축였던 곳이며 주민들의 식수로 쓰였던 산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이곳에 대한 하천정비 공사가 시작되면 제방 공사과정에서 동산물도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2) 의귀천 정비사업

최근, 남원읍의 의귀천도 정비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의귀천은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발원하여 의귀리를 지나 태흥리에서 해안으로 흐르는 12km의 하천이다. 제주도 하천이 가진 독특한 지질적·생태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하천이 의귀천이다. 하천 양안으로는 울창한 상록활엽수림과 특이한 모양의 기암괴석이 있고 하천 중간 중간에는 크고 깊은 소(沼)가 있어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게다가 공사구간에 포함된 의귀천의 하구에는 국내에서는 제주에만 발견되는 희귀어류인 구굴무치와 검은구굴무치가 서식하고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하지만 현재, 해발 200m 이상인 상류(수망교차로 부근)부터 하류인 태흥리 바닷가까지 8km에 걸쳐 구간을 쪼개며 하천정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로 양안에 제방을 쌓는 사업과 교량을 새로 건설하는 위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의귀천 하천정비 구간을 조사해본 결과, 제방을 쌓을 양안은 구실잣밤나무 등의 다양한 노거수가 많이 분포해있고 하천 안은 곶자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숲이 울창한 곳이었다. 서귀포시 당국에서는 하상을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나무 훼손을 덜 하게 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공사 과정에서 양안의 상록활엽수림과 기암괴석은 훼손이 불가피하다.

제주도에 오랫동안 홍수피해가 크게 나지 않았던 이유는 화산섬의 특성상,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 공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즉, 비가 많이 오더라도 자연적으로 빗물이 스며들었고 나머지는 하천으로 흘러들어 홍수피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지표면에 대한 개발로 인해 불투수성 면적이 늘어나고, 물길이 왜곡되었고, 모든 물길을 하천으로 돌리면서 예전보다 물이 많아지고 침수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만약 의귀천이 침수피해가 계속된다면 하천정비를 하는 것보다는 침수되는 하천 주변의 토지를 매입하는 방식이 비용과 효율성 면에서 훨씬 나을 수 있다. 또한, 침수피해의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하천을 파괴하는 형태가 아닌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할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3) 소하천 정비

최근 5년간 14개의 소하천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소하천의 경우, 지방하천사업에 비해 훼손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폭이 좁아 하폭을 넓이는 공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제주시내의 소하천 몇 개를 조사해본 결과, 하천의 폭을 넓히는 사업이 진행되면서 양안의 숲뿐만 아니라 하상의 암반도 파괴되고 있었다. 하폭을 넓히는 것은 생태환경 훼손의 문제도 있지만 오히려 하류 지역의 침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좀더 정밀한 판단이 필요하다.

도내 소하천 정비의 경우 지방하천에 비해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 소하천이라도 양안의 숲, 하상의 암반과 소는 지방하천에 비해 규모만 다를 뿐 제주 하천의 특징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하폭을 넓히는 과정에서 원형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또한 하폭을 넓히는 과정에서 용천수가 훼손되는 사례도 있었다. 서귀포시 산지물 소하천 정비사업이다.

  • 산지물 소하천 정비

오래전, 옹포천의 강상수물은 옹포천 정비 공사를 하면서 하상정비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의귀리 마을회관 앞을 흐르는 서중천의 진물은 하천 바닥을 깊이 파내고 평탄화 시켜버려 예전에 비가 많이 온날 현무암 암반 위를 굴러가는 자갈의 모습을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었다.(강순석, 2002)

최근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서귀포시 당국은 동홍동 동홍천의 지류인 산지물 소하천 정비(서귀포시 동홍동 1596~동홍동 1722-1번지, 900m)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이 부근을 조사한 결과, 하천 옆에 있던 ‘옥하골’이라는 용천수가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동홍지’ 등에 따르면 옥하골은 이 부근에 감옥이 있어서 그 밑을 흐르는 물줄기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인 것으로 추정되는 용천수이다. 동홍동의 대표적인 용천수인 가시머리물을 근원으로 하여 흐르는 물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예전에 이곳은 물이 풍부하여 소와 돼지 등 가축을 도축하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고 밤에는 주민들이 횃불을 들고 미꾸라지를 잡던 곳이었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주변 감귤원에서 이 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하기도 했다. 다만, 옥하골 주변지역이 주택지로 개발되어 지금은 용출지검을 확인하기 힘들고 개수로에 물이 흐르는 것만 보였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산지물 정비 사업에 의해 저류지 공사가 진행 중이고 옥하골도 옛날의 모습을 잃었다.

. 제주도 하천 복원 사례

제주도의 하천 143개 중에 물이 흐르는 하천은 매우 적다. 대부분 하류에서 흐르고 돈네코처럼 상류에서 흐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물은 금세 땅속으로 사라지고 지하로 복류하다가 해안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이러한 물이 흐르는 하천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게 되었고 관광지로도 개발되었다. 대표적인 하천이 바로 연외천이다. 우리가 천지연폭포로 알고 있는 하천이 연외천이다. 천지연폭포는 알고 있지만 연외천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방폭포도 마찬가지이다. 정방폭포는 도내뿐만 아니라 도외인 들도 많이 알고 있지만 이곳이 동홍천의 하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효돈천도 그러하다. 최근에 뛰어난 풍광과 카약 체험으로 유명한 쇠소깍은 효돈천의 하류이다. 이처럼 제주 하천 중에 물이 흐르는 유수 하천은 관광지로 개발되거나 도내 관광객들의 휴식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하천이라는 공간은 풍성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친수공간을 하천정비라는 명분으로 많이 훼손해왔다. 이런 반성을 토대로 도내 몇몇 하천은 기존의 하천정비 흔적을 걷어내고 하천복원사업을 하는 곳들이 있다.

  1. 연외천 사례 : 도심내 하천을 도시민의 생태휴식처로 만들다

연외천은 하천 줄기를 끼고 있는 마을마다 이름이 다르다. 서귀동에서는 연외천으로 서홍동에서는 생수천이나 서홍천으로 호근동에서는 호근천이나 원제천으로 그리고 연외천과 호근천이 합류하는 지점은 선반내로 불린다.

연외천의 가장 하류는 오래전에 천지연폭포를 위시한 관광지가 만들어졌고 조금씩 위로 올라가면서 칠십리공원, 걸매생태공원이 조성되었다. 천지연폭포가 주로 관광객들을 위한 곳이라면 칠십리공원과 걸매생태공원은 도민들이 주로 찾는 휴식의 장소다.

걸매생태공원과 칠십리공원의 중심인 솜반천은 하천복원사업과 시민들의 여가공간을 만든 좋은 예이다. 원래 이곳 일대는 서귀포시내 첫 호텔인 라이온스호텔이 있었고 불량가옥이 산재해 장마철에는 항상 자연재해 위험이 상존했다. 무허가 건물 난립, 생활하수 증가와 인근 과수원의 농약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 등으로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집중호우 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우려됐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1998년 288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우선 17만6000㎡의 재해위험지구 정비에 나섰다. 1단계로 2002년까지 무허가 가옥 58가구를 철거하고 목재 산책로 1.2㎞와 생태숲, 연못, 아치형 다리 등을 만들었다. 2003년에는 라이온스호텔을 없앴다. 3단계인 2004년에는 절개지를 정비하는 동시에 개인 경작지를 사들여 하천으로의 토사 유입을 막고 조경수 등을 심어 경사면의 붕괴 방지와 경관 개선에 힘을 쏟았다.

이어 2005∼2007년 4단계에서는 칠십리공원을 조성했고 2008∼2009년에는 2만㎡ 규모의 잔디광장 및 야외공연장과 함께 용출수를 활용한 자연연못을 만들었다. 6단계인 2010년에는 돌담과 오수관, 축대보강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한편 벽화를 그려 풍경이 있는 오솔길을 꾸몄다.

또 2000년부터는 사업비 112억 원을 들여 10만㎡ 규모의 걸매생태공원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2000∼2003년 1단계에서는 자연생태하천을 만들어 하천수질을 향상시키고 자연학습장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2003∼2006년에는 폐공장·휴농지의 철거 및 정비를 통해 생태계를 복원하고, 생태문화정보센터·습지생태계관찰원·휴식공간·체육시설 등을 설치해 오늘의 모습이 탄생했다.

그 결과 시민들의 자연휴식처만 만들어진 게 아니라 모습을 감췄던 참게, 다슬기 등 수서생물이 다시 찾아오고 이를 먹기 위해 수많은 조류가 찾아오는 등 생태계도 되살아났다. 이러한 공로로 솜반천은 2004년 2월 환경부에서 생태복원우수사례로 지정됐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안전한 물놀이 장소’로 선정했고 국토교통부는 ‘아름다운 우리 강 100선’으로 꼽았다.

  1. 대왕수천 사례 : 용천수를 활용한 생태학습장 조성

솜반천의 학습효과 때문이었을까? 서귀포시는 또 2009년에 예래동의 대왕수천 생태공원을 개장했다. 생태공원 조성을 위해 시는 3만7500㎡ 부지에 사업비 60억 원을 투입, 하천수질 개선사업 및 수생식물 식재사업을 추진했다. 시는 이외에 장어, 참게, 미꾸라지 서식지를 조성했다. 이러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통해 생태공원을 조성, 시민들의 쾌적한 휴식공간은 물론 어린이 자연학습장으로 조성한 것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일대에서 나오는 풍부한 용천수를 활용해 대왕수천 생태체험공간 조성사업을 위해 산책로, 나무 8종 5715주 수생식물 39종 15만 360본을 식재하였다. 야외학습장, 미꾸라지 체험장 등 편의시설과 교량벽화와 수목명찰도 붙여 생태학습을 돕고 있다.

  1. 옹포천 사례 : 생태복원으로 기수갈고둥 대량 번식

지난 2019년 7월 16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옹포천 하류 해안을 조사한 결과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 보호 2급’으로 지정한 기수갈고둥이 대량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옹포천 하류 폭 15미터, 길이 50미터 구간에서 기수갈고둥 성체 300개체와 산란된 수많은 알들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지난 2016년 해양수산부의 의뢰로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발간한 ‘제주도 해안의 멸종위기동물 현황 조사 및 관리 대책 방안 보고서‘에 나온 평균 30여 마리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3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10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기수갈고둥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처럼 숫자가 많이 늘어난 이유는 정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지난 2015년 마무리된 하천복원사업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된다. 지난 2010년, 국토해양부에서 추진한 ‘고향의 강’ 선도 사업에 제주시 한림 옹포천이 선정되면서 2011년~2015년까지 생태하천 복원, 수변 공간 조성 사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금도 현장에 가보면 흰뺨검둥오리,황로,백로,갈매기,왜가리 등 수많은 새들이 이곳을 기점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결과, 기수갈고둥만이 아니라 제주도에는 드물게 도래하는 희귀한 구레나룻제비갈매기를 발견하였고 꼬마물떼새가 번식하는 둥지를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하천정비가 건천인 제주하천의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도외지역의 강 하천정비 공법을 그대로 제주하천에 적용하는 하천정비로 인해 도내의 수많은 하천들의 원형이 훼손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옹포천 하류도 그러한 전철을 밟았었으나 자연형 하천 복원사업으로 인해 다시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Ⅳ. 제주도 하천 관리에 대한 정책 제언

최근에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자연성 회복 구상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에서 제주도 하천정비사업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아래와 같은 4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하천정비 계획을 세울 때 하천의 치수기능, 생태 기능을 동시에 고려.

– 수해의 원인을 확실하게 규명한 이후 정비 사업을 진행.

– 상습침수 지역은 국가에서 토지 매입

– 하천복원 사업 필요

사실, 위 방향대로만 해도 제주 하천은 지금처럼 훼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위 내용을 포함하여 제주 하천관리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1. 제주형 하천관리 계획 수립 : 조례와 지침의 개정

제주도의 가장 상위법이라 할 수 있는 특별법 제413조(하천관리에 관한 특례)를 통하여 하천법의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환경부장관의 일부 권한이 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되었다. 국비와 도비로 편성되던 하천정비 예산도 2025년부터는 전액 도비로 전환된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는 중앙부처의 권한이양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원칙 없이 무분별한 하천정비사업이 줄을 이었고 수많은 하천이 훼손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특별법에서 위임된 제주도지사의 권한을 하천의 개발보다는 하천보전과 복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또한 육지부 하천관리 지침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제주 하천의 원형을 훼손한 것을 반성하고 제주형 하천관리 계획을 수립할 때다.

특별법에서 제주도 조례에 위임된 것을 제대로만 교정해도 제주도 하천관리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하천관리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제주도 하천 관련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 하천 및 소하천 관리 조례‘와 ’제주특별자치도 하천 환경 보전을 위한 조례‘가 있다. 이 조례에서 하천정비 관련하여 수정하거나 삽입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05년, 제주시가‘자연 친화적 하천정비사업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것은 국토부에서 제주 하천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만든 자료였기 때문에 제주만의 독특한 하천에 적합한 기준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제주하천의 특성에 맞는 자연친화적 정비사업 지침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정비사업을 하더라도 이 가이드라인 안에서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1. 구간별 땜질 정비가 아닌 유역별 관리 계획 필요

지난 수십 년간 제주도 하천정비사업의 패턴은 하천구간을 쪼개가면서 무수히 많은 공사를 해왔다는것이 큰 특징이다. 예산상의 제약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간을 쪼개가면서 하다 보니 규모가 작아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고 하는 정비사업도 많이 있다.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견제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구간별로 정비하다 보니 수해 지역에 제방을 쌓아 임시 처방을 하는것일뿐 정비사업을 하는 곳보다 하류 구간은 오히려 침수피해를 더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상류에서 제방을 쌓게 되면서 빗물을 더 모을 수 있는 공간을 형성하게 되고 큰비가 왔을 때는 오히려 하류로 물이 급속하게 몰리면서 하류일대가 침수피해를 받을 수 있는 문제를 초래하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천미천처럼 30년간 정비 공사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제는 구간별 정비가 아닌 유역 관리 정책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하천은 점이 아니라 긴 선형이다. 하천정비의 목적인 홍수 피해를 예방하려면 일부 구간에 제방을 쌓는다고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유역 전체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꼭 필요한 곳에 한해서만 정비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제주도는 특별법에 의해 중앙부처로부터 하천관리 권한이 이양되어 하천정비계획을 단독으로 수립할 수 있다. 10년마다 수립되는 제주도 하천정비계획을 통해 현재까지 정비사업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하천정비계획은 전체적인 유역관리라는 개념보다는 침수 피해 지역을 타켓으로 한 정비사업 위주였다. 그러다보니 우후죽순처럼 정비사업들이 도내 도처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어왔다. 이도 모자라 대형 저류지 200개 이상을 건설한 상태이다. 이러한 산발적이고 단발적인 계획이 아닌 유역별 관리를 통해 하천정비나 저류지 건설로만 방재사업을 하는 것을 지양하고 다양한 홍수 피해 방지 계획이 나와야 한다.

또한 상습적인 침수 지역은 토지매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침수피해를 주로 받는 곳은 대부분 하천과 인접한 농지 등이다. 이런 곳은 원래 홍수터(=범람원, 주기적인 범람의 피해를 받기 쉬운 지역)였다. 태풍이나 홍수가 있을 때 물에 잠기는 곳을 말한다. 그래서 하천의 범위는 이 홍수터를 포함해야 한다. 수시로 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제주도의 하천정비는 이 범람원이 있는 곳을 보호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하천을 변형시키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하천의 원형이 파괴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사 방식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하천정비 비용을 이용하여 범람원을 제주도에서 매입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1. 직접적 하천정비 방식이 아닌 빗물 침투, 분산관리 통한 간접적 홍수 관리 확대

갈수록 제주도에 침수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를 하천에서만 찾다보면 결국 하천에 제방을 쌓고 하폭을 넓히는 하천정비공사의 명분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 침수피해의 원인은 하천에만 있지 않다. 개발 사업이 늘어가며 도로, 건물, 주차장 등의 불투수성 면적이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시설재배를 위한 비닐하우스가 급증하면서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주변 농경지로 흘러들어 침수피해를 낳기도 한다. 또 이런 빗물을 우수관을 통하여 모두 하천으로 집중시키면서 하천의 용량을 넘으면서 침수 피해를 더 키우고 있는 것이다.

침수피해를 명분으로 하천을 계속 건설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빗물의 분산과 지하 침투를 강화하는 방식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 토목공학 계에서는 다양한 홍수저감 설치제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홍수저감 시설물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침수 구역 일대 도로변에 침투통, 침투측구, 트렌치 등 다양한 홍수 피해 저감 시설물을 설치하여 빗물을 분산시키고 자연적으로 땅속으로 침투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1. 하천 정비사업에서 하천 복원 사업으로의 확대

하천은 친수공간이다. 사람들이 물과 만날 수 있는 가장 쉽고, 적합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하천의 하류는 마을과 도시와 많이 겹친다. 콘크리트와 회색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천복원사업을 거론하는 이유는 앞으로 제주도 하천정비의 대안으로서 좋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하천의 원형을 훼손하는 하천정비사업을 중단하고 오히려 훼손된 하천을 복원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것은 토건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실, 제주도의 하천정비나 도로개발이 실제 필요한 것도 있지만 토건산업을 유지시키고 소비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쓰여온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자력 발전 사업은 지속적으로 중단되어야 하는 사업이지만 여전히 그 산업에는 일을 해야 생존이 가능한 노동자가 있듯이 토건업도 마찬가지이다.

토건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도내의 가장 큰 관급공사는 하천정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예산이 하천정비에 투입되고 있다. 그러므로 토건업을, 하천의 원형을 훼손하는 정비 사업이 아닌 복원산업으로 전환해야 토건업의 정의로운 전환 연착륙이 가능하다.

  1. 제주도 하천관리 정책의 대전환을 시작해야

지난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벌이면서 강을 인공적인 수로로 변형시켜 버렸다. 그 결과 여름철마다 녹조라테가 만들어지는 심각한 일이 벌어졌고 지금도 그 후과를 치르고 있다. 이런 반성 위에서 정부는 2020년 6월, 우리 강 자연성 회복구상을 발표했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우리 강’이라는 비전 아래 ‘더불어 사는 강’, ‘맑은 물이 흐르는 강’, ‘살아 움직이는 강’, ‘생명이 숨 쉬는 강’ 등 4가지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즉, 그동안의 하천을 인위적으로 변형시켰던 하천 정비 역사를 벗어나 하천 복원을 중심으로 한 하천 관리 정책의 대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또한, 국가 물관리위원회는 제주도가 포함된 ‘영산강․섬진강․제주권 자연성 회복 구상(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통해 제주도의 하천정비문제를 반성하고 새로운 하천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의 하천 관리 정책이 이처럼 크게 바뀌고 있지만 제주도당국은 제자리걸음이다. 제주의 하천정비사업은 규모만 다를 뿐 또 하나의 4대강 사업과 다를 바 없다. 기존의 하천정비사업 방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제주도 당국은 제주도의회의 하천 관련 조례 개정과 별도로 제주도 하천관리의 획기적 전환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의 하천정비방식이 아닌 꼭 필요에 한해서만 정비사업을 실시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되돌리는 복원사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제주도당국은 제주 하천 중 1-2개를 정해 국가하천으로 지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제주 하천은 육지부와 전혀 다른 지질적,생태적,경관적,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으나 현재 국가하천은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2025년이 되면 하천정비예산은 모두 도비로 처리해야 한다.

국가하천으로 지정되었을 때는 그 가치의 상승뿐만 아니라 보전을 위한 중앙정부의 예산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제주도 하천의 전반적인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고 도민이나 행정당국에서도 제주도 하천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할 것이다.

 

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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